| - 게시물제목 : 겨울, 객지 공사현장에서 - 조선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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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조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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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4 - 등록 |
지친몸 밤새 뒤척이다.
어김없이 울어되는 알람소리에
부시시 눈을 떠 현장으로 나선다.
밤새 바튼 기침을 뱉어 내던 윤씨
어린 아이들을 두고 온 조군,
숙소를 나서는 순간
머리부터 찡한 추위가
그리움보다 무섭게 가슴속으로 파고 드는데
표정을 잃은 장승처럼 무거운 발걸움을 옮긴다.
푸른 달빛이 파리하게 얼어붙었다.
두고온 가족 생각보다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보다
모질고 모진 세상 살이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고
쓰러지지 말자
주저앉지 말자
무너지지 말자
오늘도 무사하게 숙소로 돌아가야지
손가락 끝이 얼어 터져 부러져 벌릴 것 같은데,
수용소의 군인같은 안전 요원들은
불도 피우지 못하게 한다
불을 피우는 팀은 현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오직 추위를 견뎌 내는 것은
스스로의 체온을 높이는 것
쓰러지지 않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쫓겨나지 않기 위해
더욱 혹독하게 자신을 학대하듯
노동에 매달려야 한다.
두눈 멀뚱이 떠고 하늘만 바라보듯
이 메마른 육신을 바라보고 있을
하루 품팔이 가난한 육신만 바라보고 있을
허기진 입들,
얼굴도 분간 할 수 없는 어둠에도
무거운 발걸음들이 현장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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