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물제목 : [펌]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사회(조기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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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이름 : 이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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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7 - 등록 |
건설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사회
--글 조기현(대구경북지역건설노동조합 전위원장)
철근 노동자 이 철복의 죽음을 보면서 드는 몇 가지 생각
한 철근 노동자가 서울에서 멀리 강원도 강릉까지 일을 하러 갔다가 몇 개월 노임을 받지 못하고 항의 하는 과정에서 원청 소장에게 맞아 죽었던 폭력 사건이 있었다. 체불노임 해결을 요구하면서 항의하는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폭력으로 죽었는데 어느 누구하나 책임있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사건을 단순화 시키면 이런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너무 비일 비재하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 하고 흥분해 버리면 사건의 본질이 가려 질 수도 있다. 누군가 죽지 않았다고 해도 몇 개월씩 임금을 받지 못하며 노동자 가정은 파탄 날 지경이다. 함께 일했던 수십 명의 노동자들 역시 한 푼의 임금도 가지고 가지 못했을 텐데 그 가정은 어떠했겠는가? 그래도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할 것인가? 아직도 지금 이순간도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체불임금 사건은 어떻게 되는가?
- 노동부의 행정지침
가장 큰 원인은 노동부의 입장이다. 소위 그들의 행정 지침이라는 것이다. 임금체불 사건의 당사자는 누구인가? 하는 것인데, 강제도급이건 아니건 도급이라면 도급팀장을 사용자라고 지정하고, 불법다단계하도급의 문제는 노동청의 소관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노동부의 행정 지침인것이다. 때문에 노동청 근로감독관들이 실질적인 사용자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도급을 받았다면 민사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 문제이고 또 하나 현행법에서는 임금체불로 인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어렵게 임금체불 확인원을 받았다고 해도 사용자가 돈이 없다면 재산이 없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육체 일을 해서 먹고 사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에게 하루 일을 해야 먹고 사는 것인데 일을 하지 못하고 노동청으로 법원으로 쫓아다닐 여력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노동자들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타워크레인을 점거한다던지 자신의 생명을 걸고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건설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노동부의 행정지침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일들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건설자본은 투기자본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또 하나의 생각은 건설자본의 성격이다. 헬리오스텔의 발주처인 대해개발은(시행사) 몇 개월간 공사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만약에 분양이 잘 되었다면 문제가 없이 공사대금을 주었을 것이고 임금체불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건설자본은 정상적인 산업자본이 아니라 이미 투기자본으로 전락한지 오래 되었다. 일반 아파트들도 시행사들은 겨우 일 이십억만 있으면 수천억 원의 아파트 공사를 한다고 한다. 땅에 대해서는 사용승인을 얻고 그 땅을 담보로 은행에 대출을 받고 시공사를 선정하여 분양에 나서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동산 투기꾼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관리 감독해야 할 주무부서에서는 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는 부실건설업체를 관리 감독에는 딴전을 피우고 있다.
- 정부발주 공사는 최저입찰제, 민간공사는 기부체납
아니 오히려 아파트 하나 짓는데 인허가 과정에서 기부체납을 요구한다. 작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에 이르는 기부체납은 어디서 나오는 돈일까 선량한 아파트 입주자이고 현장에서 일하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건설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한 돈이 아니겠는가? 2006년 대구건설 노동자들의 파업과정에서 전문건설 업체들의 하소연이 그렇다. 최저 입찰에 수주를 받고 나서도 안전관리비를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안전관리의 많은 부분들을 전문업체에게 전가시키거나, 고용보험, 국민연금도 통장으로 입금시켜 주지만 현금으로 되돌려 받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팔리지도 않을 아파트를 대물로 받아 분양가보다 20～30%로 저가에 부동산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원청회사들은 정부발주 공사에서 최저입찰제를 반대하면서 자신들은 하청업체에 최저입찰제를 적용하고, “네고”과정에서 원청회사가 부담해야 할 현장관리 안전관리비용의 많은 부분을 하청업체에 전가시키고 하청업체들은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는 강제도급을 현장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임금체불의 90%이상은 바로 이 강제도급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2008년 1월 1일부터 시공참여계약제가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현장에서 강제 도급을 주고 있다. 전문건설업체에서는 각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시공참여자제도 폐지에 따른 현장관리지침을 발표하였는데 팀장 십장들을 현장관리자로 임명하여 교묘하게 “능률급, 성과급”으로 강제도급을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성과급이나, 능률급이나 말만 바꾸었지 강제도급이다. 강제 도급이 유지되는 한 건설현장의 안전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루에 7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그중에 2명이 건설 노동자라고 한다. 안전불감증의 문제가 아니라, 강제 도급으로 인해 무리하게 작업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사금의 80%이상을 차지하는 건설 하청업에 대해서는 최저입찰제를 법으로 금지시켜야 하고,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도급을 금지시켜야 한다. 작년 2007년 행정자치부는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단순노무 용역”에 대해 최저 입찰제를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단순노무 용역은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들의 인건비로 구성되어 있어 저가 입찰이 결국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우리는 법을 지키고 싶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단체협약은 정당하다고 절규하면 한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분신을 하였고, 합법적인 집회에서 경찰에 맞아 한 노동자가 죽었는데도 정작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구사대로 유령노조를 만들게 한 뒤 한국노총에 가입시켜 사용자는 구속되지 않고 항의하는 노조간부를 구속시켰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불법시위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에 대해 경찰에게 면책권을 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법을 지키고 싶다. 아니 사회적인 약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은 것이다. 근로기준법이 지켜지고, 건설산업 기본법이 지켜지고, 산업안전 보건법이 제대로 지켜져서 현장에서 일하면서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노동자로서 최소한 기본권이 보장되고 정상적인 노사교섭을 하고, 합법적인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통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 받고 싶다.
법이 가진 자에게는 폭력의 도구가 되고 가지지 못한 노동자에게는 족쇄가 된다면 이미 법은 그 존엄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회 양극화 속에서 굶어 죽으나, 맞아 죽으나, 죽음을 부르는 사회라면 그리고 법이 소외된 사람을 억압하는 폭력적인 도구가 된다면 정상적인 민주사회가 아니라 그것은 독재사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루 하루 몸을 팔아먹고 살아가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이 2개월 3개월씩 노임을 받지 못한다면, 그 가정은 어떻게 되겠는가? 도적질을 하거나, 강도질을 해서라도 살아남거나 굶어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죽고 싶지도 않고, 경찰에 맞아 죽고 싶지도 않고, 체불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다가 원청회사 관리자에게 맞아 죽고 싶지도 않다. 새벽에 일어나 잠든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떠나면서 무사히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
몇 년간 건설노조 간부를 하면서 고 이철복 동지의 죽음 앞에 나는 죄인이 되고 만다.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지금 이순간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또 다른 건설 노동자가 일을 하고도 노임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지 않을까?
우지마라 모진 세상살이,
죽어야 끝나는 지친 노동의 세월
새벽을 깨우는 알람소리도,
일을 가자고 불러 되는 전화소리도 없는
서럽던 세상살이 미련 없다마는
죽어서도 돌아가지 못하는 지친 육신,
한 번만이라도 내 이름을 불러다오
철근쟁이 이씨가 아니라 이 철복
노동자의 이름을 불러다오
일시키는 놈은 있고
등골 빼먹는 놈은 있고
세금 떼 가는 놈은 있고
법과 질서를 내세워 잡아 가두는 놈은 있고
철근쟁이 노가다꾼을 보호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눈발이 날리고 손등이 얼어터지고
새벽부터 어둠이 질 때까지 일 한 돈,
그 돈이 어떤 돈이라고
강원도 객지일, 몇 푼 벌어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할 노임을 떼였는데
누구하나 나서는 놈이 없다.
노동청도, 국토해양부도, 경찰도, 국회도
떨어져 죽고
경찰에 맞아 죽고
수십 명이 불에 타죽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분신을 해도
밀린 임금 달라고 하다 맞아 죽어도
어느 한 놈 책임지고 나서는 놈이 없다.
지지라도 가난 했기에
배운 것이 없었기에
운명이라 말했고,
어쩔 수 없는 타고난 팔자라고 생각했던
그 모진 세월 앞에 더는 울지 마라
가다 오다 공사판에서 만난 서러운 벗들아
천근만근의 무거운 철근더미도
서로 받쳐주고, 들머리로 어깨에 매어주고
못난 운명을 타고 넘어
서러운 가슴들을 엮어 일으켜 세우듯
흩어진 마음들을 엮어
한 번 만이라도 노동자의 이름으로
세상에 우뚝 서다오
살아 있는 날이 죽음의 세월보다
더 견디기 힘든 노동의 세월을
일자리 걱정 없고,
일 한 노임 떼일 걱정 없고,
맞아 죽을 일도
불에 타 죽을 일도 없는 그날까지
철근을 엮듯이
우리들의 서러움을 엮고
우리들의 분노를 엮어서
강철의 조직으로 뼈대를 세워다오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이철복
건설 노동자의 이름을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이철복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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